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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직 경찰가족 입니다.
총기 문제로 인하여 불의의 사고를 당한지 벌써 10년이 다 되가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어린 두 자녀를 홀로 힘들게 키워 왔습니다.
당시 나라에 혜택이 마련되지 않아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고
생활하였는데..
이번에 순직 경찰공무원 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순간 이제는
나라에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법안에 시효가 5년이란 세월만을 보장하고
저희 가족에게는 아무런 도움조차 받을 수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어
서글픔을 금치 못하였습니다.
이제는 순직 가족에게 실질적으로 평등하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법안으로 위원회에서 상정될 수 있도록 건의합니다.
(유가족. 017-241-1115. 정중섭 올림)
아래내용 및 첨부파일은 당시 사건에 대한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홀로선 당신이 아름답습니다.(책중에서) 글 올립니다.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이 되소서
지난 1998년 6월 10일 안산경찰서 정평연 경장이 장례식장에서 나는 다 짐했다. 오열하던 그의 젊은 아내와 칠순 노모 그리고 어리기만 한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삼우제가 지나고 나면 저 유가족을 찾아봐야지⋅⋅⋅⋅⋅.’
칼을 든 강도와 맞서 싸우다가 칼에 찔려 유명을 달리한 정평연 경장 얘기를 들은 것은 그 며칠 전이었다.
나는 이렇게 참담한 죽음을 만날 때마다 고작 장례식장에 참석하여 눈물을 훔치는 일밖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한없는 무력감을 느꼈다.
지난번 중앙산재병원에서 가스 폭발로 부모를 잃고 졸지에 고아가 된 아이들을 만났을 때에도 그랬다. 그런 날이면 나중에 꼭 그 사람들을 다시 찾아봐야지 생각하곤 했다.
(P.157쪽)
그러나 늘 다짐일 뿐, 나는 한 번도 그들을 찾은 적이 없었다. 정치란 눈물 흘리는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 주고 한숨 짓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일이건만.
나는 그날 장례식을 앞두고 고인의 영령을 위로하고 경찰관들을 격려하기 위해 조시 한 편을 써서 낭송하겠노라고 자청하였다.
약속은 했지만 막상 집에 돌아와서는 막막하기 그지없었다. 내가 고인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그가 말단 공무원이라는 것과 노모와 젊은 아내 그리고 두 아이를 둔 아버지라는 것과 고향이 전라도 영광이라는 사실뿐이었다. 하지만 남편과 자식과 아버지를 잃고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듯 한 슬픔에 잠긴 가족을 내 시가 조금이나마 보듬을 수만 있다면 하는 심정으로 한 줄 한 줄 써 내려갔다.
이 시는 장례식 날 흐느끼는 유가족과 조문객들 앞에서 나 또한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기막힌 가슴으로 읊은 조시다.
아이들과 손잡고 가보고 싶었던
화랑유원지 야외극장 앞에서
정평연 경장은 처음으로 푸른 하늘을 보았습니다.
해가 지기 전에는
주말에도 휴일에도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해 늘 미안해했던
정평연 경장은 그곳에서 영영 그리움이 되고 말았습니다.
가물거리던 영광 법성포의 백사장도
군서초등학교의 느티나무도
저며 오는 아픔 속으로 사라져 갔습니다.
그를 땅에 묻습니다.
지난 시절에도 그래 왔던 것처럼
(P.158쪽)
격무에 시달린, 박봉 속에서도
사명감으로 임무에 충실한 경찰관 한 명을 땅에 묻습니다.
오늘에서야 표창을 받고
그는 경장이 되었습니다.
정의감이 있는, 범인을 끝까지 잡아내는 그대가 있어
오늘 우리가 평안히 밤을 보낸다고요?
그러나 지금이라도 우리는 그의 가슴에 박힌 비수를 빼 줘야
겠습니다.
대명사가 되어 버린 그의 이름에 박힌 상투적인 수식어를
걷어 내야겠습니다.
무엇이 일어났습니까?
다섯 살바기 민선이와
두 살바기 승환이 아빠가 우리 곁을 떠나간 겁니다.
사랑하는 아내를 이제는 따뜻하게 감싸 안지 못하는
이별의 아픔이 지금 밀려오고 있는 겁니다
아 어머니,
법성포 영광굴비를 발라 물에 만 숟가락 위에 올려놓아 주시던
어머니에게 마지막 인사도 못 드린 채
이렇게 돌아눕게 된 것입니다.
22구경 권총의 탄환을 남겨 둔 채
그는 흉포한 범인의 칼을 가슴에 안았습니다.
아이들과 부곡동, 일동의 가로공원에 나가
롤러스케이트도 타고
솜사탕도 사 주리라던 약속도 지키지 못한 채
그는 푸른 하늘이 되고 말았습니다.
총소리에 문을 걸어 잠그고
격투의 현장을 애써 외면한 우리들이 남아
그대의 앞에 눈물을 바칩니다.
(P.159쪽)
화랑유원지에서 격투가 벌어지던 그곳에는
열 명이 넘는 시민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러나 말입니다.
아무도 우리는 그를 돕지 않았습니다.
애써 그곳을 피해 가고 싶었을 뿐
그의 고함소리와 총소리에 몸을 떨었을 뿐
화랑유원지의 우리들과 문을 닫아 버린 아파트의 또 다른 우
리 사이에서
그는 흉포한 범인의 칼을 가슴에 붙잡아 두었습니다.
그가 쓰러지던 그곳 우리는 문을 닫아 걸었던 것입니다.
그의 죽음은 자칫하면 남의 일이 되고 말 일입니다.
그의 고통은 언제나 어느 이름 모를 경찰과의 고통일 뿐
그가 오늘 푸른 하늘이 되고서야
우리는 알게 되었습니다.
밤낮없이 우리 곁에 있던 그가 바로
내 아들과 딸의 친구,
내가 사는 아파트 앞 동에 살고 있는
민선이와 승환이의 아빠였다는 사실을
그가 오늘 푸른 하늘이 되고서야
우리는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그가 있어서 화랑유원지 야외음악당은
아니 이 도시는
우리들의 행복, 우리들의 안식, 우리들의 평화가 될 수
있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가 오늘 푸른 하늘이 되고서야
그가 없는 이 밤이 얼마나 두려우며
그가 없는 이 도시가 얼마나 삭막한 것인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P.160쪽)
그저 남의 일처럼 손가락질하고
그저 쉽게 말해 버리고 잊어버린
한 경찰관의 희생과 고통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굳게 다문 정평연 경장이 우리 곁에서 떠나가는 오늘
우리는 우리의 입술을 깨물고 있습니다.
우리의 무관심, 우리의 나약함에 분노하고 있습니다.
흉포한 폭력에 치를 떨고 있습니다.
힘없고 억울한 우리의 이웃이 되어
그는 떠나고
그의 동료들이 여기에 남아 있습니다.
그대의 어머니와 아내,
그리고 귀여운 민선이와 승환이가
우리와 함께 여기에 남아 있습니다.
우리가 그들을 보듬겠습니다.
그대가 차마 뒤돌아 서지 못하고
푸른 하늘이 되지 못하고
구름 덮인 하늘이 되고야 마는 오늘
우리 모두는 눈물로 그대를 보냅니다.
우리 대신 사랑이 되어 버린
정평연 경장, 정평연 형사님
우리 대신 푸른 하늘이 되신
정평연 경장, 정평연 형사님
아 우리 대신 우리의 비겁함 대신
온몸으로 흉포한 범인의 칼을 잡고 계신
정평연 경장, 정평연 형사님
이곳 일일랑 우리에게 맡겨 두시고
이곳에 남은 가족일랑 우리에게 맡겨 두시고
(P.161쪽)
편히 가소서, 편히 눈감으소서.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 되고 마소서.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이 되소서⌟
장례식장은 온통 울음바다가 되었다. 그곳에 모여 있던 경찰관, 유
가족, 시민 수백 명이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자신들의 비겁함을
부끄러워하며 눈물을 흘렸다.
“시가 이렇게 사람을 울리고 힘이 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고잔동에서 지금 고통의 1년을 넘기며 살고 있을 민선이와 승환이
를 이번에는 정말로 찾아가 봐야겠다.
(P.162쪽)
<전, 국회의원, 과학 기술처 장관 김영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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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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